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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심근염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20대 근로자가 사망하기에 이른 것으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판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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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심근염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20대 근로자가 사망하기에 이른 것으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판결

사건번호 : 서울행정법원 2019누51101
선고일자 : 2020-05-14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8. 4. 6. 원고들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서 이유 중 해당 부분의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망인이 본래 담당하는 업무는 이른바 배관사가 설계도면에 따라 절단하고 일시적으로 고정하여 전달해주는 파이프를 최종적으로 용접하는 것인데, 배관사가 없는 휴일 또는 야간에도 근무하면서 혼자서 모든 공정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망인이 근무하는 환경은 알곤 및 질소가스를 이용하여 강철을 용접하면서 여러 유해가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사건 회사는 2017. 4.경부터 업무량이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망인이 근무하던 배관팀의 업무량도 증가하였는데, 망인은 배관팀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용접사일 뿐만 아니라 기숙사에 산다는 이유로 사망 직전 1주 동안은 70시간 동안 근무하는 등 과로에 시달렸다. 이러한 망인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망인의 심근염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사망하기에 이른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무이력 및 업무내용

가) 망인은 2017. 4. 28. 이 사건 회사와 2018. 4. 27.까지 연간 급여 3,400만 원을 받고 근무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용접사로 일하기 시작하였다.

나) 이 사건 회사는 가스배관이나 진공배관을 주문받아 제작하는 기업이다. 배관사가 설계도면을 보고 배관을 가용접하면, 망인과 같은 용접사가 본용접을 실시하였다. 망인은 배관사인 팀장 1인, 용접사인 나머지 팀원 2인과 함께 일하였고, 팀장인 배관사가 주문받은 물품의 납기에 맞추어 작업량, 작업시간 등을 결정하였다.

다) 이 사건 회사의 정해진 근무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시부터 18시 30분까지이고, 11시 45분부터 13시까지 1시간 15분, 15시부터 15시 15분까지 15분의 휴게시간이 각각 보장된다.

라) 망인이 사망 전 9주 동안(2017. 4. 28.~2017. 6. 29.) 근무한 시간은 다음 표 기재와 같다(을 제2호증).


마) 재해조사서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망인의 업무는 업무부담 가중요인 중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에 해당하고, 정신적 긴장 사유로는 ‘㉠ 과도한 업무량 목표/미달성 ㉡ 납기 설정/미달성’이 있었다.

② 사실관계 조사결과에는 ‘망인이 입사 이후 사망하기까지 9주간의 수습기간 동안 납기 일정에 맞추기 위하여 연장 및 야간근로, 휴일근로를 한 것으로 확인되며, 특히 발병 전 1주일간 7일 동안 단기간 30% 이상의 업무량 증가로 확인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③ 업무시간 조사표에 의하면 망인은 사망 전 12일간 휴일 없이 일했고, 사망 전 4주 동안 휴일이 2일이었다.

바) 망인은 사망 전날인 2017. 6. 29. 동생과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달 동안 야간 및 주말근무를 해야 한다. 배관사가 추가로 용접사 구하는 거 거절했다. 몸이 좋지 않은데도 일이 너무 많아서 회사에 쉰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음 주 쉰다고 하면 엄청 뭐라 할 거 같다. 저저번주에도 몸살이 났다’고 하였다.

2) 망인의 평소 건강상태

가) 망인은 사망 당시 만 28세의 남성으로 167cm, 59kg이었고, 심혈관계 질환이나 면역체계 관련 특이사항이 없었다.

나) 망인은 2012년 및 2013년 건강검진 결과 수축기/이완기 혈압(정상 수치는 120/80mmHg 미만)이 130/80mmHg, 121/71mmHg로 각각 다소 높게 나타났으나, 그밖에 달리 질병을 의심하게 하는 소견은 없었고, 2015년 건강검진 결과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99/60mmHg로 나타나 정상수치를 보였다.

다) 망인은 사망 약 2주전인 2017. 6. 17. 상세불명의 급성기관지염으로 진료받았고, 망인의 동생 홍C도 망인이 사망 10일 전쯤부터 감기몸살, 복통 증세가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3) 망인의 사인

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망인을 부검한 결과 심장 실질에서 광범위한 중성구 침윤을 동반한 심근염 소견이 확인되고, 달리 사망과 관련 있는 소견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 망인을 부검한 의사 이D은 망인에게서 나타난 중성구 침윤을 동반한 심근염은 박테리아 감염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심근염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4) 제1심법원 및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

가) 망인의 심근염 증세에 대하여 제1심법원의 감정의 김E은 ‘망인의 심근염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것이라면 ① 원인균의 직접적인 세포 내 침입이나 심근 세포 내 또는 주위에서 증식한 데 따른 괴사, ② 감염성 물질에 의해 유발된 인체의 면역계에서 생성된 세포독성물질로 심근조직이 파괴, ③ 병원체에 의해 생성된 외독소나 내독소에 의한 독성 효과 중 하나 이상의 기전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나) 이 법원의 감정의 임X은 아래와 같은 의견을 밝혔다.

① 심근염(Myocarditis)은 염증성 심근병증으로 심장근육에 발생한 염증질환이다. 증상으로 발열, 호흡곤란, 흉통, 불규칙한 심장박동 등이 나타나며, 증상의 지속시간은 몇 시간에서 몇 달까지 다양하다. 합병증으로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인한 심부전과 심정지가 올 수 있다. 그 원인으로 가장 많은 경우는 바이러스 감염이며, 그 외 박테리아 감염, 약물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이 있다.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발병할 수 있으나 젊은층에서 더 자주 발병하며 여성보다 남성에서의 유병율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② 중국에서 시행된 환자-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아크용접 시 발생하는 광화학적 스모그의 장기간 노출은 용접자의 신체에 잠재적인 산화 스트레스를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체의 이러한 산화적 손상과 지질과산화는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급성 바이러스성 심근염 환자에게서 나타나며 발병의 상대적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③ 환자가 시행한 용접작업은 연구에 따르면 신체의 산화 스트레스를 올릴 수 있는 작업으로 이러한 상황이 심근염의 발병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는 점, 용접작업은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이며, 인력부족 및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한 업무과중과 장시간의 근무시간을 고려하였을 때 상기 환자의 질병 발병 및 악화 가능성이 있어 업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④ 개인의 스트레스 자극에 대한 면역학적 반응의 정도는 개인의 차이가 있으나, 용접작업은 육체적 강도가 높음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였고 인력부족, 마감기한 임박 등의 이유로 업무의 과중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며, 사망 전부터 몸이 안 좋다 호소하였지만 업무로 인해 적절한 휴식과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상병의 진행을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⑤ 과로와 스트레스는 면역저하와 같은 신체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이미 여러 논문들을 통해 관련성이 입증되어 왔다. 면역시스템은 인체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과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부터 숙주를 보호하는 방어시스템이다. 따라서 면역저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활성을 촉진·악화시킬 수 있다.

5) 망인에 대한 주변인들의 진술

가) 망인의 동생인 홍C은 ‘망인이 전에 근무하던 경력 15~20년차 용접사와 업무량을 비교당하며 힘들어 했다. 망인이 용접하던 진공배관 등 자재들은 고가인 데다가, 여유 물량이 없어 망인은 업무 중 항상 실수를 염려하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망인이 다루던 진공배관의 용접은 업무 과정 중 변형이 심하면서도 변형률의 허용 오차범위가 적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작업해야 하지만 부족한 인력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은 발주를 받은 이 사건 회사의 여건상 망인이 부족한 시간 안에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어 부담스러워 했다. 망인은 계속된 야근과 주말근무에 지쳐 있었고, 휴가조차도 거절당하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진술하였다.

나)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 홍A도 ‘배관팀 팀장이 자기가 해야 할 일까지 망인한테 다 시키고 한 달 동안 계속 야근시키고 휴가도 못 쓰게 하고 자기 기분에 따라 욕설도 하여 망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몸도 너무 힘들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다) 망인의 소속 사업장 관리담당인 홍F도 ‘고인이 수습기간 중에 처음 2주간은 연장 및 야간, 휴일근로 없이 근로시간을 준수하여 근무하였으나, 3주차부터 증상 발생 전까지 상당시간을 소요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다. 회사의 주문량이 2017년 4월부터 늘어나 신규채용과 함께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통해 납기 내 납품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증상 발생 전 야간근무를 최고 익일 02:00까지 근무한 적도 있고 다수의 날 야간근무를 했다’고 진술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6 내지 9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제1심 법원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 법원의 인하대학교 부속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정한 ‘업무상의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과로의 내용이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한 정도이고 본인에게 그로 인하여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는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과로 이외에 달리 사망의 유인이 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업무상 과로와 신체적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함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6두17956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9두164판결 등 참조).

2)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망인의 심근염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망인이 사망하기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① 망인이 담당한 용접업무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였고, 고가의 자재를 다루면서 과도한 업무량과 촉박한 납기 설정으로 정신적 긴장도 역시 높았다. 기존의 업무인원이 상당수 감원된 데다가1), 주로 망인에게 업무가 몰려 망인은 수시로 야간, 주말 근무를 하여야 하였으며, 갑작스러운 업무지시를 받기도 하였다. 이 사건 회사에서는 용접사를 추가로 채용하려 하였는데, 망인의 같은 팀 상사인 배관팀장이 이를 거절하여 망인이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② 망인은 2017. 4. 28.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여 2017. 6. 30. 사망하기까지 9주 동안 근무하면서 위와 같이 과도한 업무량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괴로워하였다. 망인은 평소 동생에게 이러한 고통을 호소하였고, 2017. 7.경까지만 근무하고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③ 특히 망인이 사망하기 전 4주 동안 휴일은 2일이었고, 사망하기 전 12일 동안 휴일 없이 연속으로 근무하였으며, 사망 전 3일 동안은 2017. 6. 27. 10시간 30분, 2017. 6. 28. 15시간 24분, 2017. 6. 29. 12시간 48분을 근무하여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④ 망인은 과도한 업무량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 받으면서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여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면역력이 저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망인이 사망하기 약 2주 전 상세불명의 급성기관지염으로 진료받았고, 사망 전 10일 전쯤 감기몸살과 복통 증세를 호소한 사실은 망인의 이러한 면역력 저하 사실을 뒷받침한다.

⑤ 망인은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도 무리하여 일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때 바이러스의 활성이 촉진·악화되어 망인의 심근염 증상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망인에게 따로 뚜렷한 심혈관계나 면역체계 관련 질환이 없었고, 과로와 스트레스 이외에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특별한 원인을 찾아 볼 수 없다.

라. 소결론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재판장 판사 이상주 
판사 이수영 
판사 백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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