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판례
내용
'직장 내 성희롱' 해당 여부 및 그에 대한 사용자책임 성립 여부 판단
사건번호 : 대법원 2021다219529
선고일자 : 2021-09-16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직장 내 성희롱과 이에 대한 사용자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 오해 주장 등(상고이유 제3점 일부, 제1점)
가.「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12조는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라고 정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는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은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예시하면서 성적인 언동 중 언어적 행위의 하나로 “성적인 사실 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를 들고 있고,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때에는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되,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하였을 것인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결과적으로 위협적·적대적인 고용환경을 형성하여 업무능률을 떨어뜨리게 되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 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 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그러한 성적 언동 등에는 피해자에게 직접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준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매체 등을 통해 전파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 것이다. 업무수행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 행위 내용과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5두13414 판결 참조).
나. 민법 제756조 본문은 사용자책임의 성립 요건에 관하여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무집행에 관하여’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피용자가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 이때 사용자가 위험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부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89712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참조).
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 도영운수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시내버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57대의 버스를 보유하면서 140명의 버스기사를 고용하고 있었는데, 그중 여성은 7명이었다. 원고 1은 2009. 8.경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버스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2) 피고 회사의 버스기사인 소외 1은 2015. 7. 또는 8월경 같은 버스기사인 소외 2에게 사실은 원고 1이 동료 버스기사인 소외 3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없는데도 “소외 3이 원고 1과 섹스를 했고, 섹스를 하면서 소외 3이 하는 게 마음에 안 드니까 올라가서도 하고 막 그런다.”라고 말하였다. 소외 2는 위와 같이 소외 1에게서 들은 말을 같은 버스기사인 소외 4에게 말하였고, 2016. 7. 또는 8월경 같은 버스기사인 소외 5에게 “원고 1이 누구랑 사귀는지 아냐, 여러 남자가 있다. 원고 1 때문에 몇 놈이 ○○○○노조로 넘어갔다.”라고 말하였다.
(3) 소외 3은 2015. 8.경 다른 동료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원고 1은 싸가지가 없어. 내가 따먹을라고 하다가 싸가지가 없어서 그만두었어.”라고 말하였다.
(4) 소외 1, 소외 2, 소외 4, 소외 3(이하 ‘소외 1 등’이라 한다)은 버스 운행 종료 후 근로자들 사이의 술자리에서뿐만 아니라 피고 회사 내 배차실 등에서도 원고 1을 성적 대상으로 한 발언을 하였고, 소외 1 등의 발언으로 피고 회사의 근로자들 사이에 원고 1에 대한 위와 같은 내용의 소문이 유포되었다. 소외 4는 2016. 7. 27. 원고 1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원고 1에게 소외 2로부터 전해들은 말을 그대로 옮겨 전하면서 사실인지를 물었다.
(5)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피고 회사에 소외 2, 소외 4의 위와 같은 행위에 관해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따라 징계 조치를 이행하고 결과를 제출하라는 시정지시를 하였다. 피고 회사는 2016. 12. 23. 소외 2, 소외 4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으로 무급정지 7일의 징계의결을 하였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2017. 12. 1. 피고 회사에 소외 3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따라 징계 조치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라는 시정지시를 하였고, 피고 회사는 2017. 12. 6. 소외 3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으로 무급정지 7일의 징계의결을 하였다. 피고 회사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소외 1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따른 징계 조치 이행 등 시정지시를 받았으나,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6) 소외 1, 소외 2는 2017. 12. 21. 인천지방법원 2017고정2327호 사건에서 위 (2)항 기재 행위에 관해서 명예훼손죄(허위사실 적시)로 각각 벌금 200만 원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라. 이러한 사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소외 1 등의 발언은 ‘성적인 사실 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로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에서 말하는 성적인 언동에 해당하고, 원고 1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소외 1 등의 발언은 피고 회사의 근로자 사이에서 동료 근로자인 원고 1을 대상으로 한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거나 성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함으로써 원고 1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적대적이고 위협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로서 업무관련성도 인정된다. 소외 1 등의 발언은 대부분 원고 1 앞에서 직접 행해진 것이 아니라 근로자 사이에 원고 1을 대상으로 한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유포하는 간접적인 형태로 이루어졌지만, 위와 같이 유포된 성적인 정보의 구체적 내용, 유포 대상과 범위, 그 효과 등에 비추어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
나아가 소외 1 등의 발언은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되는 행위로서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업무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불법행위이고,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피고 회사에 이러한 가해행위(직장 내 성희롱)가 발생할 위험을 방지할 책임이 있다는 사정을 아울러 고려하면, 소외 1 등의 발언으로 원고 1이 입은 손해는 소외 1 등이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에 관하여 원고 1에게 가한 손해에 해당한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 회사가 원고 1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소외 1 등의 발언으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직장 내 성희롱과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 회사가 내세우는 대법원 1994. 11. 18. 선고 94다34272 판결은 사실관계를 달리하는 이 사건에 원용될 수 없다.
2. 피용자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경우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의무의 소멸에 관한 법리 오해 주장 등(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소외 1 등의 발언으로 원고 1이 입은 손해를 합계 18,224,800원(치료비 등 적극적 손해 224,800원 + 정신적 손해 18,000,000원)으로 인정하고, 위 금액에서 원고 1이 소외 1, 소외 2, 소외 3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확정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따라 소외 1이 지급한 5,000,000원, 소외 2가 지급한 6,000,000원, 소외 3이 지급한 4,000,000원, 합계 15,000,000원을 공제한 3,224,800원(18,224,800원 – 15,000,000원)이 피고 회사가 사용자책임에 의해 원고 1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이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피용자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경우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의무의 소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미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 오해 주장 등(상고이유 제3점 일부)
원심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2가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이행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3조를 위반한 것과 소외 1 등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피고 2의 의무 위반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사후 조치의무 위반, 2차 가해 발언,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 오해 주장 등(상고이유 제4점)
원심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2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후 조치의무 위반 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 2는 원고 1의 직장 내 성희롱 신고에도 사실조사와 근무 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서 정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다. 위 피고는 2017. 8.경 소외 1 등의 성희롱에 대한 사후조치 요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과부는 버스 기사로 안 뽑겠다.”, “영원히 여기는 이제는, 여자들은 절대 안 써!”라는 등으로 말하여 성희롱 피해자 등을 다시 성적인 차별의 대상으로 삼은 언동을 하였고, 원고 2에 대하여 ○○○○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한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노선변경을 하는 등으로 불이익한 처분을 함으로써「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제81조 제1호를 위반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 2의 2017. 8.경 발언에 대하여 2017. 11. 28. 개정으로 비로소 신설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 후문, 같은 조 제6항 제6호를 적용하는 등 그 이유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위 발언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적용에 관한 법리 오해 주장 등(상고이유 제5점)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6. 결론
피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노정희
주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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